목자들의 경배 (누가복음 2:8-20)

목자들은 아기 예수의 탄생을 누구보다도 먼저 경배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그들에게 이런 영광이 주어진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는 그들의 비천한 신분 때문입니다. 멸시와 천대를 받은 목자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경배할 후대의 모든 평범한 사람들을 대표한 것입니다. 둘째는 그들의 성실함 때문입니다. 누가복음 2:8절은 “그 지역에 목자들이 밤에 밖에서 자기 양 떼를 지키더니”라고 말씀합니다.

오늘 본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집니다. 8-14절은 천사들이 전한 좋은 소식입니다. 그리고, 15-20절은 그 좋은 소식을 들은 목자들의 반응입니다.

먼저 8-9절을 보면 “그 지역에 목자들이 밤에 밖에서 자기 양 떼를 지키더니, 주의 사자가 곁에 서고 주의 영광이 그들을 두루 비추매 크게 무서워하는지라”고 말씀합니다. 목자들은 작은 모닥불을 피워놓고 캄캄한 어둠 속에 있었는데, 갑자기 강하고 찬란한 빛이 나타나 사방을 비추었습니다. 그래서 목자들은 크게 무서워했습니다. 하지만, 10절을 보면 “천사가 이르되, 무서워하지 말라. 보라!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고 말씀합니다.

도대체 어떤 소식이기에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이라고 했을까요? 그것은 바로 11절의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는 소식이었습니다.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은 구주가 나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 소식이 큰 기쁨이 되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오늘’ 구주가 나셨기 때문입니다. 둘째, ‘다윗의 동네에서’ 구주가 나셨기 때문입니다. “다윗의 동네에서 구주가 나셨다”는 것은, 메시야가 우연히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700년 전에 미가 선지자를 통해서 예언하신 것이 그대로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셋째,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달리 말하면 ‘나 개인을 위하여’ 구주가 나셨다는 것입니다. 이 소식은 ‘온 백성’을 위한 소식일 뿐만 아니라 ‘각 개인’을 위한 소식이었습니다.

12절을 보면 천사는 “너희가 가서, 강보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아기를 보리니, 이것이 너희에게 표적이니라”라고 말하였습니다. 강보(襁褓)는 긴 포대기를 말합니다. 아이를 낳으면 어머니는 강보로 아기를 포근히 감싸줍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새로 태어난 아기를 따뜻하게 하고 병으로부터 보호했습니다. 하지만, 강보에 싸인 아기가 구유에 뉘어 있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경우입니다. 구유는 짐승의 여물통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기가 강보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것이 ‘표적’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당시 베들레헴에 갓 태어난 아이가 많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많은 아이들 중에서 구유에 뉘어 있는 아이는 오직 아기 예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어서 13-14절을 보면, “홀연히 수많은 천군이 그 천사들과 함께 하나님을 찬송하여 이르되,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하니라”고 말씀합니다. 평화라는 말이 신약에서는 헬라어로 ‘에이레네’라고 하였는데, 구약에서 히브리어로 ‘샬롬’에 해당되는 단어입니다. 그리고, 히브리어 ‘샬롬’은 하나님이 주시는 평화, 즉 하나님과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화목하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 평화가 예수님을 통해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에게 임한다는 것입니다.

15절부터는 천사가 전한 기쁜 소식을 들은 목자들의 반응을 기록합니다. 15절을 보면 “천사들이 떠나 하늘로 올라가니, 목자가 서로 말하되, 이제 베들레헴으로 가서, 주께서 우리에게 알리신 바 이 이루어진 일을 보자 하고”라고 말씀합니다.

16절과 17절은 대단히 역동적인 동사들로 연결되어 있는데, “빨리 가서, 마리아와 요셉과 구유에 누인 아기를 찾아서, 보고, 천사가 자기들에게 이 아기에 대하여 말한 것을 전하니”라고 말씀합니다. 누가는 목자들의 반응에 대해서 동사(動詞)를 연이어 말하면서, 그들의 행동을 생동감있게 전합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들은 그들은 그 말씀을 믿었습니다. 그들은 그 들은 말씀이 이루어진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이 들은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들은 말씀에 반응했습니다. 목자들의 이와 같은 반응은 말씀을 들어도 거의 반응이 없는 현대의 그리스도인들에게 도전을 줍니다.

18절은 “듣는 자가 다 목자들이 그들에게 말한 것들을 놀랍게 여기되”라고 말씀합니다. 원문을 보면 ‘듣는 자’가 복수로 되어 있습니다. 목자들이 전한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놀랐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반응은 단지 놀라움으로 끝났습니다. 그래서 19절에 나오는 마리아의 반응과 대조를 이룹니다. 19절은 “마리아는 이 모든 말을 마음에 새기어 생각하니라”고 말씀합니다. 그런데, 원문을 보면 19절 앞에 ‘그러나’라는 접속사가 있습니다. 목자들이 전한 소식을 듣고 단순히 놀랐던 사람들과는 달리, ‘그러나’ 마리아는 이 모든 말을 마음에 새기어 생각했습니다. 마리아의 이러한 반응은 말씀을 듣고 바르게 반응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20절의 “목자들은 자기들에게 이르던 바와 같이 듣고 본 그 모든 것으로 인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찬송하며 돌아가니라”는 말씀으로 끝납니다. 목자들은 천사를 통해 들은 모든 것이 그대로 이루어진 것을 보았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목자들의 마음속에는 기쁨이 흘러넘쳤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하나님을 찬송하며 돌아갔습니다. 이렇게 해서 당시 이스라엘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처해 있었던 목자들은 최초로 복음을 전해 들은 사람들이 되었고, 최초로 예수님을 경배한 사람들이 되었으며, 또 최초로 복음을 전한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오늘 말씀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우리를 위한 좋은 소식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 좋은 소식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모든 사람을 위해 오셨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예수님의 오심에 대해 응답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예수님을 통해 구원의 축복을 누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우리를 위한 좋은 소식’에 합당하게 반응함으로써,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람들에게 주시는 구원과 평화의 축복이 가득히 넘치는 성탄절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