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의 사명 (에스겔 33:1-7)

에스겔서는 모두 48장으로 되어 있는데, 에스겔 선지자의 다양한 예언을 모아놓은 것입니다. 그런데, 환상과 상징과 비유가 많아 성경에서 가장 난해한 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에스겔서는 다니엘서와 더불어 계시문학의 지주(支柱)가 되며, 특히 신약의 요한계시록의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에스겔은 바벨론의 느부갓네살 왕이 2차로 예루살렘을 침공하였을 때, 여호야긴 왕과 함께 끌려간 포로 출신의 선지자입니다. 그는 사독계열의 제사장 부시의 아들로서, 그 자신이 제사장이었습니다. 그는 스물다섯 살 때 포로로 끌려갔는데, 5년 후인 서른 살 때 바벨론에서 ‘포로들의 선지자’로 소명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2년 동안 예언자로서 사역하며 우상숭배를 공격하다가 포로지에서 순교했습니다.

에스겔이란 이름은 ‘에스기’라는 단어와 ‘엘’이라는 단어의 합성어인데, ‘에스기’는 ‘나의 힘’이라는 뜻이고, ‘엘’은 ‘하나님’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에스겔은 “하나님은 나의 힘이시다”라는 뜻입니다. 에스겔은 예레미야와 동시대인이며, 예레미야는 그보다 34년 선배였는데, 예레미야는 예루살렘에서 예언하였고, 에스겔은 바벨론에서 예언하였습니다. 한편 에스겔은 다니엘과도 동시대인었는데, 다니엘은 왕족으로 정치인 선지자인데 비해, 에스겔는 제사장 출신으로 전적인 선지자였습니다. 다니엘과 에스겔 두 사람을 ‘포로기의 선지자’라고 합니다.

에스겔서는 세 부분으로 되어있습니다. 1-24장은 이스라엘의 죄를 책망하며 심판을 경고하는 내용이고, 25-32장은 하나님을 대적한 열방에 대한 심판 예언이고, 33-48장은 이스라엘을 회복하여주실 것을 약속하시는 말씀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를 좀 더 크게 요약을 하면,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반부인 1-32장은 인간이 행한 거짓되고 배은망덕한 일이 주요 내용이고, 후반부인 33-48장은 하나님이 행해주실 회복이 주요 내용입니다.

에스겔은 하나님으로부터, “인자야 내가 너를 이스라엘 족속의 파수꾼으로 세웠으니 너는 내 입의 말을 듣고 나를 대신하여 그들을 깨우치라”는 ‘파수꾼’으로 세움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파수꾼의 사명’이 심판을 경고하는 앞부분, 즉 3:17절과, 회복을 말씀하는 뒷부분, 즉 33:7절에서 두 번 주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무의미한 반복이 아니라, 그에게 상반된 사명이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파수꾼의 사명은 “예루살렘이 멸망하리라”는 심판을 경고하는 파수꾼의 사명이었고, 두 번째 파수꾼의 사명은 “예루살렘이 회복되리라”는 회복을 대언하는 사명이었습니다. 죄를 책망하며 심판을 경고하는 전반부의 임무가 ‘선지자(先知者)’적인 사명이었다면, 위로하며 회복을 말씀하는 후반부는 ‘제사장(祭司長)’적인 사명이었습니다. 이 점이 중요한 것은, 이 시대의 파수꾼들에게도 “하나님의 진노가 나타납니다”라고 하는 심판의 경고와, “하나님의 의가 나타났습니다”라고 하는 복음을 함께 증거해야 하는 사명이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이제 오늘 본문 말씀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여기서는 여호와 하나님의 회복 예언을 전할 도구로 부름을 받은 에스겔에 대하여 하나님께서 두 번째로 파수꾼의 사명을 부여하시는 내용이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에스겔 선지자에게 민족의 파수꾼으로서, 여호와의 경고의 말씀을 전해야 할 책임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파수꾼의 사명을 받은 사람에게는 네 가지가 요구됩니다.

파수꾼의 사명, 첫째는, 그 땅에 칼이 임함을 보고, 나팔을 불어 백성에게 경고하는 것입니다. 당시 전쟁의 위험을 알리기 위해 부는 ‘나팔’은 수양의 뿔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나팔을 히브리어로 ‘쇼패르’라고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유다 백성의 파수꾼으로 세워진 에스겔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명을 바르게 감당치 않을 경우, 유다 백성의 흘린 피가 파수꾼인 에스겔 자신에게 돌아갈 것임을 강조하시고 경고하셨습니다.

파수꾼의 일차적인 사명은 다가오는 위험에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에 어떤 위험이 다가오는지를 살펴 그것을 알려 공동체를 일깨우는 것입니다. 특별히 하나님께서 세우신 교회 안에서 말씀을 증거하는 사역을 위임받은 목회자는, 이 시대에 하나님 나라 백성의 공동체를 위하여 세움을 받은 영적 파수꾼입니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늘 영적으로 경성하여 성도들에게 경고하기를 지체하지 말아야 합니다.

파수꾼의 사명, 둘째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입니다. 영적 파수꾼의 사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하나님의 뜻을 분변하는 일입니다. 오늘 우리에게는 기록된 성경 말씀을 통하여 우리에게 성령으로 들려주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말씀 묵상과 기도는 파수꾼으로 세움 받은 목회자에게는 가히 절대적인 가치입니다.

파수꾼의 사명, 셋째는, 하나님을 대신하여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것입니다. 파수꾼의 사명은 하나님을 대신하여 죄인들의 죄를 책망하고, 그들을 바로 서게 하는 데 있습니다. 교회는 성경 속의 선지자들처럼, 사람들의 죄와 잘못을 깨우치고, 하나님 앞에 바로 세우는 의무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죄 중에 빠진 사람들을 깨우쳐서 하나님 앞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교회의 주요한 기능이라는 것입니다. 만일 교회가 이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면 하나님의 엄한 책망을 피할 수 없습니다.

파수꾼의 사명, 넷째는, 소망을 주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악인이 죽는 것을 기뻐하지 아니하고, 악인이 그의 길에서 돌이켜 떠나 사는 것을 기뻐하십니다. 하나님은 예레미야 29:11절에서도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에스겔을 비롯한 선지자들은 예루살렘이 무너지기 전에는 하나님의 심판을 외쳤습니다. 그러나, 예루살렘이 무너진 후에는 하나님의 위로와 회복을 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심판을 당한 사람들에게 책임 추궁을 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낙심하고 좌절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새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을 전하여 소망을 주는 것입니다.